“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해야”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15만원짜리 축구공의 70%를 인도와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들이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수제 축구공을 꿰매는 인도와 파키스탄 어린이가 받는 일당은 300원. 어른들도 많이 벌어야 하루 2,000원을 수준이다. 축구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32조각의 가죽을 1,620회 바느질을 해서 받는 돈이 고작 120~200원이다.

커피 재배농가에서 커피콩 100개 값으로 받는 대가는 단돈 10원, 커피를 팔고 남은 이윤 99%는 미국 거대커피회사와 중간 상인의 몫이다. 이에 세계 50개국, 2천만 커피 재배 농민 대부분이 극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커피와 축구공의 생산과 소비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제 3세계의 생산자와 노동자의 불평등한 거래로 인한 피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벌듯이 농민이나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그 대가를 중간 유통상인이나 거대 자본기업이 갖는 것이다.

이러한 제 3세계의 생산자와 노동자들을 불공정 거래와 노동착취로부터 생존권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정무역(Fair Trade, 또는 대안무역) 운동이 태동하게 되었다.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한마디로 국가가 무역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뤄지는 무역을 말한다. 가난한 나라에 돈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를 통하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안적인 무역 방식이다.

공정무역은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와 노동자들이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소비자에게 윤리적, 환경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도록 하는 시민운동이자 사회적 기업운동이다.

194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공정무역이 대중화 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도198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영국에서 공정무역 운동이 가장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를 ‘식민지 폐해를 알기 때문에 그 폐해를 수정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보편화 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 공정무역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수 종류의 원두커피가 공정무역 제품으로 출시되며 확산되는 추세이다.

공정무역의 취지가 제3세계 생산자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정당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되는 물건도 농산물이 대다수이다. 거래되는 주 제품은 커피, 카카오, 차, 설탕, 바나나, 면화, 축구공, 수공예품 등이다.

특히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품목은 커피이다. 공정무역 품목에서 커피가 주목 받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커피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국가간 교역도 원유 다음으로 2위에 이를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또한 아주 적은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어린 아동들을 위해 국제 NGO에서 제값을 주고 커피를 수입하여 어린 아동들의 생활을 개선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성공 모델로는 아름다운 가게 사이트를 가보면 좋은 예들을 볼 수 있다. 해외성공 모델로는 지난 1973년 네덜란드 출신 가톨릭 신부 판 데어호프에 의해 시작 된 막스 하벨라르이다. 과테말라에서 커피 생산자 조합을 구성하여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자들에게 좀 더 많은 이익을 제공되도록 하였다. 영국의 옥스팜도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 1992년 국제 커피원두 가격의 폭락으로 고통 받는 커피 생산자들을 돕기 위해 커피 브랜드‘카페 다이렉트’를 직접 만들어 영국에서 여섯 번째 규모의 커피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프랑스의 베자 운동화는 공정무역 개념으로 브라질 목화를 생산 거래한다. 목화를 국제 시세에 따르지 않고 고정된 가격으로 거래한다. 친환경적인 운동화인 베자 운동화는 현재 프랑스, 일본 등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아동 노동 착취를 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러그 마크도 성공한 공정무역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크리스천들은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에서‘내가 하는 소비가 과연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것인지,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는지’생각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자(착한 소비자)들은 상품의 생산 유통과정의 공정성을 고려한다.

또한 모든 상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관심을 갖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윤리적 소비(착한 소비)란 생산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고 있는지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생산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한 것이다.

공정무역 운동은 가격이 싼 걸 찾는 합리적 소비자를,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윤리적인 상품을 사는 윤리적 소비자로 바꾸는 소비운동이다.

이런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은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데 영향을 줄 것이다. YMCA경우 공정무역을 시장경제의 효율성 논리보다는 새로운 대안경제를 형성하는 운동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편 최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회공익성이 강한 기업조직(사회적 기업)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자선과 영리의 경계를 통합시켜, 비즈니스로 자선을 베푸는 새로운 기업 형태이다. 이타적 동기를 추진동력으로 삼아 자선과 비즈니스를 하나로 통합시킨 것이다.

오늘날 사회적 기업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사회적 가치창출의 신규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사회적 가치의 효율적인 생산과 마케팅을 통하여 균형적인 경제사회발전에 적극 이바지 하는 대안 생산경제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제 3의 자본주의, 이타적 자본주의(공동체 자본주의) 또는 대안 경제의 등장으로까지 확대 해석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공헌을 통하여 이익을 창출한다. 이를테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하여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과 전략적 사고에 의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하여 시장원리에 입각한 고객지향적인 사회적 가치의 제품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며, 목표 및 성과관리를 비롯한 효율적인 조직관리 등 제반 기업경영의 원리를 실현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창출의 효과를 도모한다. 또 그 사업 대상도 빈곤, 질병퇴치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 보건, 환경서비스 분야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에 사회적 기업은 빈곤 또는 불우한 그룹을 대상으로 일자리 또는 훈련을 제공하고, 재정적 이득을 위해 재활용이나 환경 프로젝트를 이행하거나, 노인, 아동, 장애인을 보살피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레저나 예술 분야, 공동체 카페,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나 대체 에너지 생산 등의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저자 전병길 씨는 “경제정의를 이루기 위하여 공정무역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공익 마케팅,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등이 모두 연동해야 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캡션>

1. 공정무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자와 기업들의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 잡고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를 자극하기 위하여 시작된 운동이다. 착한 소비, 공정무역, 대안 경제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2.“당신이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가난한 이웃의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모토로 공정무역 커피(착한 커피)를 파는 커피숍이 운영되고 있다.

3. 최근 소비자 의식이 강해지면서 이성적 소비(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편익에 따르는 소비)를 하다가 감성적 소비를 거쳐서 지금은 윤리적 소비(정신적 소비)까지 이어지고 있다.

4.‘생산-기술-영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있는 우수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 제품과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과 균형 있는 배분을 통한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향성 등 사회적 가치창출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적극 육성되어야 한다.

<발문>

공정무역의 취지는 불평등한 거래로 인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소외되고 제외된 생산자들에게 전통적인 생산자들에게 생활을 유지하고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생산자에게 공정한 가격을 주고 소비자에겐 생산자의 자립을 도울 기회를 제공 줌으로써 소비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윤리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참고자료> 복음과상황 2009년 7월호, 조선일보 2007년 6월 12일 B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