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영걸 John Brown University USA

20세기 후반의 특징을 한 마디로 “경계와 벽의 무너짐”과 그로 인한 “열림과 기회”라고 표현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차대전 후 바로 시작된 동서냉전 속에서의 통치경제와 자유경제의 줄다리기는 곧바로 서쪽으로 승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영국의 대처 행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가 연합하여 IMF, World Bank와 U. S. Treasury를 “주력부대”로 하여 펼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경제철학에 근거한 자유경제의 실현은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동구의 담을 흔들게 된다.

1990년대를 맞으며 급기야 이 벽들과 경계는 무너지게 되고 세계화의 본론에 접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자본의 자유화, 제도(Regulation)의 균일화, 투명성, 정부간섭의 극소화, 자유경쟁 장려 등을 통한 시장경제의 정착이 세계 거시경제의 기본가치가 되는 21세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교통, 통신기술 및 컴퓨터를 통한 정보처리기술 발전의 도움으로 인해 1990년 이후 매우 급격히 진행되었다. 당연히 이러한 새로운 전이는 전과 상당히 다른 삶의 환경을 유발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무엇엔가 뒤 처지는 것 같은 긴장과 빨리 움직여야 하다는 압박이 보편적 기대가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또한 “기존”이 무너지고 “대체”가 자연스럽게 고려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른 찬반의 논쟁이 긴장, 대립, 마찰 및 충돌까지를 유발하게 되고 그 예들을 경제영역을 넘어서 종교영역에 까지도 나타나게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이 현상에 찬반의 손을 들기 위함이 아니고, 이 변화된 환경이 유발한 선교적 의미를 고찰하기 위함이다.

이 변화된 환경으로 인한 새로운 “Set-up”은 선교적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환경의 기대에 적절하게 응전해야 하는 요구와 함께 많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우리 앞에 전개 시켰다. 그리고 이 새로운 움직임의 대표적 아니 유일한 동인이 경제적이라 할 만큼 경제의 역할이 더욱 더 지배적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은 당연히 Business이므로 Business에 대한 관심과 영향이 노골적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커진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Business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고조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그 주위에 모으게 되었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많은 접촉의 기회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화의 본격화로 인한 경계의식 희석 현상은 많은 사업을 사업여건이 호의적인 타 문화로 자유롭게 이동하게 해 주었으며 타 문화 및 타 종교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이 새로운 환경이 제공한 전반적인 “자유도”의 증가는 많은 전문인들의 활동 역시 국경을 넘어 타 문화로의 확장을 용이하게 하여주었다.

선교를 생각하는 “세계적-그리스도인”(World Christian or Kingdom Christian)들에게는 당연히 타문화 안에서 복음 증거를 하고자 하고, 타 문화 안에서 비즈니스(Business)나 전문성/직업이 시사하는 선교적 의미를 고찰해 보게 되었다. 더 나아가, 기독교 학계에서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까지 다가가게 되었다. 즉 이들이 가지는 성경적 의미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원론의 영향 아래 있었던 교회의 기존 전통은 성경 속의 이해를 흑백논리로 단순화 하는데 익숙해 있었고 연속선상(Continuum)에서 실존을 바라보는 통합적 안목에는 익숙해 있지 않았다. 즉 실존에 대한 이해를 통합적 안목에서 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며, 그 결과 아직 통합적 이론이 확고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 영역이고, 혼동 역시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비즈니스(Business) 및 전문직/직업의 의미를 필자가 정리한 통합론(총체론)에 근거하여 한번 바라보기를 원하고, 이에 근거하여 Business 및 전문직/직업이 가지는 선교적 의미, 가능성 및 한계를 잠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인간이 모든 차원과 영역에 합당한 조화를 드러내는 고유한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인간-책임성이 또 하나의 특징이며,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이 존재의 근원(Source: 하나님)을 향하게 되는 수렴성이 최종적 특성이다.

비즈니스(Business)의 영역은 광범위하며, 특히 선교의 목적에서 관심을 갖게 된 영역은 융자를 통한 소자본사업 및 지역경제개발 등을 통한 경제정의 실현을 포함하여, 좀 더 큰 자본을 투자를 통한 기업활동까지를 포함한다.

융자를 통한 소자본사업은 특히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열악한 지역에서 통합적 사역을 하기에 매우 유용한 도구로 지난 수 년 동안 증명되어 왔다. 이 부분에 대한 선교적 의미의 고찰 역시 시간을 들여 투자 해야 할 충분한 왕국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후자인 기업활동을 통한 선교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왕국적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방법론(Methodology)이나 기술(Tactics)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우리의 “행위”를 좀 더 “근원적인 이야기”(성경)에 근거하여 바라보므로, 우리의 사역을 정의하고, 현재의 활동을 평가하며, 장래의 기대를 조망하려고 하는데 있다. 즉 우리로 행위를 유발시킨 그 동인을 규명하고,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며 미래를 향한 방향의식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예로, 건축에 비교한다면 청사진을 보는 것과 같고, 탐사를 떠났다면 지도를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즉 성경적 세계관에서 실존의 과거와 현재적 의미를 규명하고, 더 나아가 “완성”(Consummation)적 관점에서 까지 살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필자는 성경적 세계관과 기독교 세계관에는 상당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이미 어느 특정한 사회에서 문화의 영향 아래서 제도(Institution)로 정의된 기독교가 세상을 보는 틀이라면, 성경적 세계관은 더 초 문화적인 것으로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원천적 기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21세기 산업/정보사회의 정황가운데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비추어주는 이상을 염두에 두고 세상의 질서를 기대하는 것이다.)

비즈니스(Business)를 전문직/직업의 한 영역으로 보며(물론 Business는 크기와 특성에 따라 다양한 전문직이나 직업을 포괄하는 우산과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그 근원적 의미를 성경에 근거해서 추출해 보고, 그것이 당면한 우리의 주제/과업인 선교와의 현재적 연관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통합론에서 바라본 Business 선교의 의미는 먼저, 인간의 생존과 복지를 위한 필수적 필요들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하며 성경적 관점에서 이들의 고유한 의미를 구분해 보고, 통합의 다양한 특성에 대해 정리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Business의 선교적 의미를 이해할 기초를 놓길 원한다.

BAM(Business As Mission) 전문직이나 Business는 스펙트럼으로 펼쳐져 있는 어떤 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문직이나 Business가 이 스펙트럼의 어느 정도의 위치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표방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가치 부가성 - Value-ladeness)을 인정해야 한다.

이 논리로 보면 만약 우리가 이 스펙트럼의 왼쪽의 필요를 충족하는 직업이나 Business에 참여하게 되면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직업/사업에 참여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직업이 소명”이라는 명제가 느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일의 특징이 기존질서의 보전이나 또는 기능의 추가적 증가 등에 노력이 집중되는 활동의 경우는 문화명령(창 1, 2 장)이 그 행위의 근거구절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고, 이를 문화명령의 수행으로 볼 수 있다. 예로 환경보호와 관련된 활동이나 인간 생존의 기본 필요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재화창출을 하는 경우 등이 될 것이다.

일을 통해 창조적 가치를 드러내므로 우리가 표현(Articulate)만 한다면 일 자체가 메시지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경우이다. 비유로 보물이 베일에 덥혀 있는 것과 같이, 메시지가 일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 때 우리의 사업(일)을 통해 창조질서를 증거하므로, 하나님의 다스리심의 경륜을 충분히 예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경우는 이상적인 BAM(Business As Mission)의 예가 될 수 있다. 단, 여기서 이 활동이 온전한 메시지가 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행위를 넘어서 성경에 근거한 언어적 표현이 있어야 이런 노력들이 온전한 메시지로 진리에 통합될 수 있게 된다.

서둘러서 말을 할 필요는 없지만 언젠가는 표현해야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다. 옷감을 짜는데 비유하면 일 자체가 보여주는 메시지를 씨줄이라면, 날줄은 말씀이 될 것이다. 이 영역은 위에서 정의한 원천필요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선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집고 넘어가기 원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일 자체만으로 메시지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인도주의에 근거한 자선활동을 완결된(Complete) 선교활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시지의 완결은 꼭 “말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우선순위나 Either-Or의 관점으로 보지 말고, 상호 보완적이고 Both-And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사업 활동은 이미 망가진 질서를 보완하거나 회복하는데 주력을 두는 경우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의료사업에 관계되는 활동 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행위는 포괄적 구속/회복의 노력의 한 예로 볼 수 있고, 이런 노력은 다분히 구속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이 노력이 성경적 메시지의 중요한 부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질서의 망가짐 자체는 타락의 한 실상을 드러내며, 어떤 형태의 구속의 필요를 암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구체적인 질서회복의 노력은 구속의 한 예이다. 이것 역시 노력(사역내용) 자체가 메시지의 일부일 수 있는 경우이다. 물론 이 경우 역시 메시지의 완결을 위해서는 말씀으로의 정리가 필수적이다. 이 영역은 파생필요 영역이라고 생각 할 수 있으며, BAM의 특성을 충분히 지니게 된다.

여기서 잠시 BAM(Business As Mission)이 가지는 복음적 가치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을 넘어서서, 비즈니스 업종 자체까지를 통한 복음적 통합이 일어난다면, 이런 결과를 통한 하나님의 주권의 현재적 당위성(Present Relevancy)과 복음의 실재적 탁월성(Realistic Excellence)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지게 되고, 실제적(Practical) 능력전도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즉, 원론적으로 만유 위에 자명하신 하나님의 주권의 필연성과 우수성이 증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목적론적 효과를 넘어 서서, 더 근원적으로 존재론적 당위성을 제공한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존재와 만유와의 관계를 통해 하나님을 인정(변증, 증거)하도록 원래 만들어졌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기대이며, 인간 정의의 근거이며, 참 예배의 내용인 것이다. 우리의 존재와 활동을 통한 복음적 가치로의 온전한 통합은 한 가지 옵션이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데(높은 수준)까지 모두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하나님께로의 온전한 통합(일치와 통일)을 향한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행위에 근거를 둔 목적론적 선교를 능가하여 관상을 통한 존재론적 선교를 하게 된다. 즉 통합선교는 “우리가 진정 하나님 앞에서 누구냐?”라고 하는 인간정의의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이며, 우리를 관상(명상)으로 견인하여 줄 것이다.

통합선교의 꽃은 관상으로의 이끌림이다. 이런 관상은 현실의 경험에만 고착되는 정적인 관상이 아니라, “완전한 완성”을 향한 동적이고 실천적인 관상이며, 더 나아가 목표라는 한정된 한 정점을 향한 움직임이 아니라, 무한한 소망을 향한 나아감이다.

하나님 앞으로의 나아감, 그 수렴점(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자기 비움적” 노력은, 하나님 속으로의 일치와 통일의 자유함으로 우리를 승화시킬 뿐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세상이 하나이며 서로(선교지)가 이웃으로 진정 연결된 한 가족임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가인의 “내가 내 아우 지키는 자니이까?"라고 단언했던 단절/차단의 저주로부터 자유하여 이웃과 연결되는, 참-인간으로의 회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진정 우리가 “아우 지키는 자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 앞의 면전적 경험과 하나님 안으로의 일치, 더 나아가 하나님 안에서 “잃어 버려짐과 같은” 모순 속에 찾아지는 참-자아(원래 자아)의 발견은 자기중심적으로 개인주의화된 거듭남이 아니며, 하나님 안에서 우리 모두가 연결된 이웃이고 가족임을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인류로의 탄생 아니 원래-인류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때 선교가 더 이상 어떤 대상을 우리의 의도로 전환시킴이 아닌, 즉 이런 정복적 개념으로부터 자유하여, 우리 모두 하나님 안의 한 가족(Community)임을 확인하는 존재적 재확인을 통해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 안으로의 초대로 승화될 것이다.

즉 통합선교의 내용은 관상 속에서 참 이웃의 발견이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제한 없는 사랑의 나눔이다. 이런 “관상적 선교”(통합선교)는 부활의 능력을 현실화함으로 영생의 소망적 실재와 현실을 연결하는, 즉 “다가오는 세계”(완성: Consummation)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하나님의 현재적 경험은 자기중심적 도취나, 어려운 현실의 도피 또는 망각을 위한 마취제가 아니라, 완성의 간헐적인 현재적 경험이며 “다가올 완성”의 “엿봄”이다. 이 경험은 하나님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그 완전한 완성”을 포기할 수 없는 열망으로 승화 시킬 것이다.

이런 실존적 관상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선을 온전히 경험한 자라면, 그 완성의 날을 당기려는 “이 노력”(선교)을 성도의 한 가지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것이 궁극적 가치가 될 것이다. 즉 성도의 모든 활동을 통해 이 궁극가치를 추구할 것이고, 우리는 이 날이 이루어지기까지는 “현실의 거룩한 불만족” 속에서 Business는 물론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 궁극적 이상의 구현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이 날에는 선교도, 비즈니스(Business)도, 기술도, 돈도 하나님 안에서 “안식”할 것이다. 오직 넉넉한 하나님의 사랑만이 경험되고 나누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