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65강) 복음 전하는 자들은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김경진 교수<백석대 신약학>

자비량 선교사로서의 사도 바울(2)

밀레도에서의 고별설교에서 사도 바울은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손수 일을 하여 자신과 동행들의 쓸 것을 공급함으로써 그들에게 모본을 보였음을 언급하였다(행 20.34-35).
이러한 사도 바울의 자비량 사역에 대하여 우리는 언뜻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구약율법에서도 인정되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인정한 복음 전도자의 고유한 권한을 바울은 어찌하여 끝내 사용하지 않았을까? (“모세의 율법에 곡식을 밟아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 기록하였으니 하나님께서 어찌 소들을 위하며 염려하심이냐?” [고전 9.9; 신 25.4]; “이와 같이 주께서도 복음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명하셨느니라.” [고전 9.14; 마 10.10; 눅 10.7-8]).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사도 바울은 아직 신앙이 어린 이방인 교회들에게 경제적으로 누(累) 혹은 폐(弊)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둘째로, 생계유지가 대단히 힘겨웠을 고대 세계에 전도자 자신이 열심히 일하여 자신의 생계를 꾸림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인으로서 건전한 생활에 대한 본을 주기 위하여(살후 3.6-12; 비교, 살전 4.9-12), 셋째로, 복음 전도가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전도의 자랑을 헛된 데로 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고전 9.13-15; 고후 6.3; 11.10), 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바울 서신으로부터의 설명 외에 바울의 이런 태도를 사회학적 방법론을 동원하여 연구한 로날드 호크(Ronald Hock)의 주장을 우리는 한번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대 세계에서 철학자이든 교사이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경우, 그 생계를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체로 네 가지였다고 호크는 주장한다.

첫째 강의 및 연설(설교)에 대한 강의료 혹은 수업료를 받는 것, 둘째 구걸(가장 어려운 사람들만이 선택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 셋째 부유한 후원자를 구하는 것, 즉 부요한 후원자의 집에 들어가 가정교사가 되는 것, 넷째 직접 일하는 것, 즉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육체적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만 벌고 나머지 시간은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 이 가운데서 사도 바울이 취한 방법은 가장 고상한 마지막 방법, 즉 일하면서 가르치는 것이었다.

사실 장막 만드는 자로서의 작업도구는 휴대하기에 힘겨울 만큼 무겁지 않았기에 쉽사리 바울은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에게 공개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고, 바울은 쉽게 이를 전도의 기회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교회의 도움을 거절한 채 자급자족하면서 전도(목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던 바울의 이런 태도는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아마도 이것은 고대세계의 고상한 삶의 이상을 반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소크라테스 이래로 고대세계에서 참 현자(賢者)는 돈을 받고 자신의 지혜나 학문을 팔지 않는다는 사상이 존재했다. 따라서 스토아 철학자들이나 유대의 학자(랍비 포함)들은 스스로 일하면서 자급자족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이런 맥락에서 다소 출신으로서 헬라 철학을 배워 전도 및 설교에 활용했던 바울 역시 자족(自足, autarkeia)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빌 4.11-12; 살전 4.12).

또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신분을 노예로 간주하면서 노예는 급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전 9.17; 눅 17.7-10). 그리고 이것은 복음을 값없이 받았으니 값없이 전한다는 바울의 복음 이해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전 9.16-18). 또한 한편으로 사도 바울은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 곧 그 사람에게 예속됨으로써 전도자의 자유를 잃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상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사도 바울은 전혀 교회로부터 경제적 후원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주님이 직접 택한 열두 사도들과는 달리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가면서 목회 및 선교사역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도 바울의 자비량 사역을 오늘날 모든 복음 전도자들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파한 후 성도들에게 본이 되기 위하여 도움을 받는 손쉬운 길을 포기하고 손수 힘써 일하여 자신의 생계는 물론 동행들의 필요까지도 충당하면서 복음을 전하였던 사도의 철저한 사명의식은 동서고금의 모든 사역자들이 본 받아야 할 모습이라 생각된다.      

승인 2010.04.14
출처 : 아이굿뉴스(http://www.igood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