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서(7) 사도 바울이 교회의 생활비를 거절한 이유

자비량 선교사로서의 사도 바울(1)

밀레도에서의 고별설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은 자비량 선교사로서의 사도 바울의 모습이다: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이 손으로 나와 내 동행들이 쓰는 것을 충당하여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행 20:34~35a). 예수님이 지상 사역 중 선택한 사도들은 목회 외의 다른 직업을 전혀 갖지 않았으나, 교회가 택한 사도들, 적어도 바울과 바나바는 목회 외의 다른 직업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전 9:6~7, 12).

바울과 바나바는 자비량, 즉 스스로 생활비 및 경비를 부담하면서 목회 및 선교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우리가 한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울이 그 사역 기간 내내 모든 이방 교회로부터 전혀 재정적 도움을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빌립보서를 참고하면, 바울은 모두 세 번 정도 마게도냐 지방의 빌립보 교회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고, 빌립보서를 쓰게 된 것도 이런 빌립보 교회의 후원에 감사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빌 4:15~16; cf. 2.25).

그러나 빌립보 교회로부터는 이처럼 세 번씩이나 재정지원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고린도 교회로부터의 지원을 바울은 거절하였다(고후 11:9~10). 이런 사실은 오늘 본문인 사도행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도행전 18장에 의하면, 바울은 아덴을 떠나 고린도에 이르러 직업이 같은 브리스길라/아굴라 부부와 함께 거하며 장막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면서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강론했던 것으로 보인다(행 18:1~4). 행간(行間)의 의미를 놓고 판단할 때, 바울은 주중에는 장막 만드는 자(tent maker)로서 일하다가, 안식일이 되면 복음을 전하였을 것이다.

또한 오늘 본문(행 20:34~35)에 따르면,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서 사역할 때에도 그 교회로부터의 생활비에 의존하지 않은 채 스스로 일하여 생계를 영위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는 주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권면하는 것을 볼 때, 바울 자신이 친히 돈을 벌어서 남을 돕기까지 했을 가능성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울의 이런 모습은 데살로니가 교회에서도 발견된다.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 내에서 일도 안하고 먹고 노는, 소위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무리의 규모 없는 생활을 책망하면서, 자신이 데살로니가에서 “양식을 값없이 먹지 않고 애써 주야로 일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을 본받을 것을 권면하였다. 즉 바울은 데살로니가교회로부터의 경제적 도움에 의존하지 않았던 것이다(살후 3:6~12).

이처럼 교회에 생활비를 의존하지 않고 일하며 목회 및 선교했던 바울의 이러한 목회(선교) 철학이 일반화되어 표현된 곳이 바로 고린도전서 4장 12절이다: “또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후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핍박을 당한즉,”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어찌하여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헌금은 받은 반면, 고린도나 데살로니가, 더 나아가 에베소 교회의 헌금을 거절했을까?’ 이 질문과 관련하여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된다; 바울은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동안, 즉 어느 한 지역에 머무는 동안에는 그 지역 교회로부터 전혀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그 지역교회를 떠난 후에는, 빌립보 교회의 경우처럼, 경제적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울 자신도 인용하고 있는 바와 같이, 주님께서는 복음 전도자들의 받을 물질적 몫을 사도의 권리로서 인정하였다는 점이다(고전 9:14; cf. 마 10.10).
이 점을 바울은 이보다 앞서 신명기 25장 4절에 기록된 구약율법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권리의 증거로 제사하였다(고전 9:8~10).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게바와 같은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개척하여 설립한 교회로부터 물질적 후원을 받을 권리가 있었지만, 그 권리를 사용하기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고전 9:1~12; 살후 3:9). 오히려 바울은 게바와 같은 다른 사도들처럼 고린도 교회로부터 생활비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해 사도권 자체를 의심 받기까지 하였다(고전 9:1; 고후 11:7~11; 12:13~16).

그러나 이러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끝내 자신이 결심하여 정한 정책 혹은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고전 9:15: “그러나 내가 이것을 하나도 쓰지 아니하였고 또 이 말을 쓰는 것은 내게 이같이 하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누구든지 내 자랑하는 것을 헛된 데로 돌리지 못하게 하리라”).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영진 교수<연세대 연합신대원 구약학>
승인 2010.04.21
출처 : 아이굿뉴스(http://www.igood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