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사역 소논문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공동체의 직업선교

2006년 11월 <월간 직장사역>

* 들어가며

1. 친첸도르프의 성장과 선교적 영향력

2.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형제단

(1)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형제단의 만남

(2)모라비안 공동체의 발전

(3)선교지향적 공동체

3. 친첸도르프의 세계 선교

(1)해외 선교의 시작

(2)모라비안 공동체의 개척 선교

(3)세계로 확장되는 모라비안 공동체의 선교

4. 친첸도르프의 선교 전략, 공과 과

(1)선교전략 1 : 자비량 선교 전략

(2)선교전략 2 : 평신도 선교 전략

(3)선교전략 3 : 성육신 선교 전략

(4)선교전략 4 : 개척 선교 전략

(5)친첸도르프의 선교전략, 그 부정적 측면

①친첸도르프의 신학에 내포된 지나친 신비주의 경향

②친첸도르프의 신분(귀족)으로 인한 어려움

③준비가 부족한 선교와 개종자들에 대한 양육의 미흡

* 나가며

* 들어가며 : “윌리엄 캐리가 인도로 떠나기 60년 전에, 그리고 허드슨 테일러가 최초로 중국에 상륙하기 150년 전에, 옹기장이 레오나드 도버와 목수 데이비드 니치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리기 위해 서인도제도의 세인트 토마스 섬에 상륙했다. 그들은 모라비안 형제단의 최초의 선교사들이었다.” 스리랑카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선교협회의 회장과 총무를 역임했던 콜린 그랜트의 말이 모라비안 공동체가 감당한 선교의 가치와 의의를 잘 설명해준다.

18세기 초에 친첸도르프 백작이 주도한 모라비안 형제단의 선교운동은 세계 기독교사 속에서도 100대 사건의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이 놀라운 개신교 선교 운동의 지도자인 친첸도르프 백작은 개인적인 신앙의 열심뿐만 아니라, 특히 평신도들의 자비량선교라는 선교 전략을 보여준 탁월한 전략가였다. 이러한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형제단의 선교적 성과에 대해 살펴보면서 오늘 우리 시대에 특히 직업을 통한 선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1. 친첸도르프의 성장과 선교적 영향력

니콜라우스 루드비히 친첸도르프(Nikolaus Ludwig von Zinzendorf)는 1700년 5월 26일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게오르크 친첸도르프(Georg Ludwig von Zinzendorf) 백작은 본래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일 작센 주의 추밀 고문관이며 내각의 각료였으며 어머니 샬로테 역시 귀족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친첸도르프가 태어난 지 6주 만에 세상을 떠났고 네 살이 되었을 때는 어머니가 프러시아의 육군 원수인 드비스라프와 재혼했기 때문에 친첸도르프는 외할머니의 품에서 양육되었다.

외할머니 헨리테(Henriette von Gersdorf)는 귀족의 기품을 유지하면서도 매우 경건한 개신교 신자였다. 특히 경건운동을 일으키고 있던 필립 야콥 쉬페너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쉬페너가 1705년에 세상을 떠났기에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쉬페너는 자주 친첸도르프의 집을 방문해 어린 그에게 영적 감화를 끼쳤고, 외할머니와 주변의 사람들, 심지어 열 살 때까지 그를 가르친 가정교사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영혼의 눈을 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유년시절부터 예수님과 깊은 인격적인 교제를 가졌던 증거로 그의 일기장에 "나에게는 단 한 가지 열망밖에 없다. 그것은 예수님, 오직 그 분뿐이다."라고 기록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친첸도르프는 아홉 살 때 서인도제도에 관한 선교보고서를 읽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을 자기 생애의 목적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1710년부터 6년 동안 친첸도르프는 할레에 있던 프랑케 페다고기움(Francke's Paedagogium)에서 현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을 받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외국 선교사들의 선교 보고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덴마크-할레 선교회에서 파송한 동인도 선교사 바르돌로메우스 지겐발크와 하인리히 플뤼차우가 보낸 선교 보고서를 접하게 되었고 1713년에는 플뤼차우가 할레를 방문했을 때 그를 직접 만나고 함께 일년 동안 식탁에서 교제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첸도르프는 할레 재단의 선교적 분위기 속에서 깊은 영향을 받게 되었고 자신도 그들과 같은 선교사의 생을 살겠다고 결단했다.

선교에 대한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친첸도르프는 다섯 명의 동료들과 함께 "겨자씨 모임(Senfkornorden)"이라는 기도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기도로 하나 되어 신앙 때문에 갈등하는 형제들을 돕고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도 모임이었다. 친첸도르프가 졸업할 무렵에는 이런 기도 모임이 7개로 늘어났다.

1716년 프랑케 페다고기움을 졸업한 후 친첸도르프는 할레대학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하려고 했으나 친척들, 심지어 외할머니조차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신학을 포기하고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귀족의 자녀들이 목회하는 것을 매우 꺼렸기 때문이고 아마도 가족들은 부모 없이 자란 친첸도르프가 세상에서 공부하고 직업을 가져 그의 아버지와 같은 고관이 되어 명성을 떨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친첸도르프는 법학 공부 대신 몰래 신학을 공부하기를 좋아했으며 3년 동안 법학 수업을 마친 후 1719년부터 1720년까지 프랑스의 파리를 비롯한 서유럽의 문화 전통을 둘러보기 위해 당시에 일반화되어있던 ‘수학여행’을 떠났다.

이 수학여행은 친첸도르프의 일생을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하게 하는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하나는 이 기간 중 친첸도르프는 당시 프랑스의 사상적 조류였던 얀센주의와 계몽주의를 접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여러 교단의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는데 그들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하고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서 서로 대화의 통로를 열고 폭넓은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그는 개혁신학의 탁월한 지도자들과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과도 접촉하게 되었고 프랑스에서는 대주교였던 추기경 노아이유(Noailles)를 포함한 가톨릭 지도자들을 만나 교우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노아이유 추기경은 얀센주의에 도취된 사람이었는데 친첸도르프는 이 사람과 절친한 친구가 되면서 “신앙고백적 차이가 결코 사람의 깊은 ‘마음’까지는 이르지 못함을 깨닫게 되었다”. 연합의 사상이 당시의 기독교 안의 지배적 사조였기에 친첸도르프는 이 사상에 자연스럽게 몰두했던 것이다. 뒷날 선교에 헌신하면서도 이러한 교회 연합의 꿈이 친첸도르프에게 분명하게 있었다.

두 번째는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관에서 본 그림 한 점을 통한 감화였다. 이탈리아의 화가 도메니코 페티(Domenico Feti)가 그린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을 그린 그림이었다. 이 그림에는 “나는 너를 위해 죽었건만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라는 라틴어 각명(刻銘)이 달려 있었다. 십자가의 고통을 감당하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친첸도르프를 사로잡았다. 그는 이 그림 앞에 오랫동안 서서 떠날 줄을 몰랐다. 바로 이곳에서 예수님께 일생을 헌신하고자 하는 그의 결심은 확고해졌고 친첸도르프는 이 그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이 전적으로 헌신하면서 섬기기로 결정하는 중요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런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신비하게 체험하는 사건이 그의 신학적 사고의 형성과 선교 사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친첸도르프는 이 체험 후에 자기 아내가 될 사람은 자기와 뜻을 같이하며 예수님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작센법원에서 1년간 근무한 후 그의 나이 22세에 그의 친구 하인리히 백작의 누이동생 에르트무테 도로테아(Erdmuthe Dorthea)와 결혼했다.

2.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형제단

(1)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형제단의 만남

친첸도르프는 공직에 있었고 행정 조직 등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신앙적인 일에 더욱 몰두하게 되었다. 프리드리히 폰 바테빌, 베르텔스도르프의 목사가 된 로테, 멜키오르 쉐퍼-괼리츠 등과 함께 “사형제 연합회”를 결성하고 경건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마음의 종교”(Herzensreligion)를 강조한 신앙을 위해 일했다. “마음의 종교”란 친첸도르프의 일생을 좌우할 만큼 어릴 적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상으로 이 사상의 중심에는 하나님과 교제하는 영적 생활이 있다. 하나님과의 교제는 결국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인생의 방향을 맞추는 것을 말하고 이런 목표에 맞추어 성도들이 연합을 이루면 이룰수록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동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념의 일환으로 친첸도르프는 유대인과 이방인들에 대한 선교도 계획하였다. 또한 1723년 겨울에는 프랑케 페다고기움과 같은 목적의 학교 건물을 건축하기 시작했으나 이 건물은 1727년에 고아들을 수용하는 곳이 되었다. 계획한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인쇄기를 장만하고 소책자 총서와 두 권의 교리문답서를 발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친첸도르프의 생애를 더욱 선교에 몰두하게 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모라비안과의 만남이었다. 모라비안은 종교개혁 시대 이전의 개혁자라고 할 수 있는 존 후스의 정신을 잇는 공동체였다. 후스는 로마교회의 비성경적 권위주의와 교권주의를 공격한 이후 이단으로 정죄되고 화형 당하였다(1415년). 이후의 핍박을 피해 이곳저곳을 숨어 다니던 후스의 추종자들 중 일부는 1457년경에 쿤발트(Kunwald) 마을 리티쯔(Lititz) 성에 숨어들었고 거기서 그들은 신약성경을 모델로 하는 복음적인 신앙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것이 모라비안 교회의 전신인 ‘형제단’(Unitas Fratrum)이다.

이후에도 모라비안 형제단과 가톨릭교회 간에 갈등이 계속되다가 1620년 바이센베르크 전투에서 모라비안 형제단의 군대가 크게 패배한 후 다시금 무서운 핍박이 계속되었다. 형제단 단원들은 광산이나 토굴에 투옥되거나 부근의 삭소니, 살레징, 헝가리, 네덜란드, 프러시아 지역 등으로 피신했다.

1722년 경 핍박을 피해 떠돌던 모라비안 교도들이 친첸도르프의 영지인 베르텔스도르프까지 왔다. 크리스천 데이빗(Christian David)이란 목수의 인도로 일단의 형제단원들이 친첸도르프 백작의 사유지에 들어오게 된 것을 계기로 친첸도르프 백작은 자신의 사유지에 모라비안 형제단원들을 받아들였다. 백작은 그들을 따뜻하게 영접하고 그들이 자신의 영지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도록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친첸도르프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과 재능과 재산을 쓰셔서 이 유서 깊은 교회를 재조직하고, 또 이를 통해 더욱 큰 역사를 이루고자 하심을 깨닫고 하나님의 새로운 부르심에 수긍하였다.

지도자가 없었지만 헌신의 열정으로 뭉친 모라비안 형제단원들과 신앙적 열정과 지도력에 부와 학식을 갖추었으나 지도할 사람과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했던 친첸도르프의 만남은 양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특히 친첸도르프 백작에게 있어서 이들과의 만남은 남은 생애를 선교적 삶으로 결정하는 획기적 전기가 되었다.

(2)모라비안 공동체의 발전

친첸도르프가 자신의 영지에 핍박받는 모라비안 교도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크리스천 데이빗이 적극적으로 흩어진 모라비안 형제단원들을 찾아가 데려오자 베르톨스도르프는 크게 활기를 띠었다. 1722년 6월 17일에 기공식을 하면서 모라비안 형제단은 그들의 거처를 헤른후트(Herrnhut), 즉 “주님의 집(the Lord's hill)”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주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집들과 상점도 늘어나면서 공동체가 번창했는데 그러자 차츰 문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신앙적 배경으로 인해 그들에게는 서로 간에 의견이 맞지 않고 심지어 공동체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한 후 친첸도르프는 자신이 공직(드레스덴의 법정 변호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을 분명히 깨달았고 1728년에는 완전히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백작은 헤른후트의 모라비안 공동체를 인도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1727년에는 공동체 회원들이 지켜야 할 규례를 제정했다. 42개 조항으로 되어 있는 이 협약 규례의 내용을 살펴보면 회원들은 나이와 성별, 기혼 미혼 여부를 참작하여 여러 부서(대, 단, 반 등)로 조직되고, 그 부서에는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임명되며 회원들은 의식주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이를 위해 노동과 신앙교육을 철저히 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경건을 위한 공동의 신앙 훈련 방법을 개발하였다. 종교시와 경건문학, 새로운 예배 형식, 그리고 목회상담 등을 통해 신앙 훈련을 실시하였다. 저녁에 모이는 집회에서는 내일을 위한 말씀 요절이 선포되고 나중에는 그것들이 헤른후트 형제단 교회를 위한 1년의 요절들로 인쇄되었다.

하지만 헤른후트 공동체의 특성을 보여주는 이런 협약 규례는 친첸도르프가 자신이 속한 루터교와 결별하려는 것을 의미하는 증거는 아니었다. 쉬페너나 프랑케가 여전히 루터파에 속한 경건주의자였던 것처럼 그도 루터파에서 탈퇴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친첸도르프가 모라비안 형제단을 받아들였지만 그들 공동체의 신앙적 전통을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모라비안들에게 루터파 교회의 전통을 적용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어쨌든 친첸도르프가 주도하게 된 헤른후트 공동체는 “루터파 교회의 모라비안 형식”으로 에큐메니칼 교회가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1727년 8월 13일에 헤른후트 공동체를 하나가 되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성령님이 헤른후트에 강력하게 임하셨고 공동체는 놀라운 영적 부흥을 경험하게 되었다. 공동체의 목사인 로데가 다른 목회자에게 부탁해 형제단 교회에서는 처음 있는 성찬식을 가지게 되었을 때 집전 목사의 축복 선언이 있자마자 회중 사이에서는 눈물의 기도가 터져 나왔고 하나님께 대한 복종과 형제와의 사랑을 위한 간구가 뜨겁게 드려졌다. 이후 그들은 요한일서를 가지고 설교하며 기도회를 진행하는 동안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느꼈고 참석한 사람들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하겠다는 선교의 사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모라비안 선교운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동안 사소한 교리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던 말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장로들과 형제들과 자매들 사이를 가로막았던 담이 무너지고 용서와 화해의 거듭난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그들은 부흥 기간 중 한 사람도 빠짐없이 형제단 교회의 정관에 서명했다. 그들에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의식이 고조되면서 이후 하루 24시간 동안, 1년 내내 기도하는 연속 기도가 이어졌고 이런 기도 운동은 이후 1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24명의 형제와 24명의 자매가 자정부터 그 다음날까지 계속 기도하기 위해 각자 1시간씩 기도 시간을 맡을 것을 서약했고 이렇게 끊이지 않는 연속 기도의 전통이 결국 다음 세대 2백년 이상 수많은 사람들이 모든 대륙으로 선교를 위해 파송되어 복음을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3)선교지향적 공동체

모라비안의 선교지향 성향을 가능하게 한 신학적 특징은 어떤 것이었을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이다. 친첸도르프는 “하나님을 머리로 이해하려는 사람은 무신론자이다. 내가 만일 예수 없이 (하나님을 알려고 한다면) 나는 무신론자가 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한 가지 열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오직 그 분뿐이다.”라고 말하는 대로 그의 신학은 독특하게 기독론적이고 엄밀히 말하면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스도를 위한 지속적인 열정과 사랑이 그의 삶에서 표현되었다. 친첸도르프는 자신의 신학 전개 과정에서 점점 저 루터의 십자가의 신학에 치중하여 십자가상의 예수와 대속을 위한 형벌의 고통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그의 글이나 2천여곡이나 지은 그의 찬송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또 다른 신학적 특징은 집단 개종의 개념을 반대하고 개인의 결단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친첸도르프가 일찍이 마음의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친첸도르프에게 있어서 선교는 교회의 활동이 아닌 성령을 통한 그리스도 자신의 활동이었다. 이런 경향은 경건주의가 가진 선교의 자발주의 원칙으로 선교의 책임자가 교회(ecclesia)가 아니라 교회 안의 작고 생명력 있는 공동체, 즉 ecclesiola in ecclesiae였다.

이러한 친첸도르프의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선교 사상과 모라비안 공동체의 생활신조가 제대로 결합하게 되었다. 모라비안 형제단원들은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기본적인 원칙과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부르심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신자들과의 교제로 부르심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성부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이며, 그리스도의 지체의 구성원으로서, 교회는 복음을 말과 행동으로 선포함으로 모든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와 신자의 부르심의 목적이라고 모라비안 교도들은 일찍이 깨닫고 있었다.

그들이 세계 선교를 위한 증인의 삶에 있어서 철칙으로 여긴 것 중 첫째는 어떤 사람이라도 모욕하거나 비방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온 세계의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도할 때까지 친절과 정직과 양심을 드러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야 하고 그들은 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3. 친첸도르프의 세계 선교

(1)해외 선교의 시작

이렇게 헤른후트 공동체 안에서 싹튼 선교에 대한 의식은 근대선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전에 개신교의 선교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퀘이커를 창설한 조지 폭스가 1661년에 중국 선교사 3명을 보냈으나 도착하지도 못한 일, 첫 번째 루터교 선교사인 유스티니안 폰 벨츠가 수리남에 파송되어 사역했으나 실패작으로 끝난 일이 있었다. 개신교 선교의 문은 18세기에 이르러 열렸는데 그 기여자는 바로 경건주의자들이었다. 덴마크의 페르디난드 4세가 덴마크의 식민지인 인도의 남쪽 끝에 위치한 트랜퀴바를 복음화하기 위해 선교사를 파송해 달라고 할레 대학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바르돌로메우스 지겐발크와 하인리히 플뤼차우가 자원하여 덴마크-할레선교회가 생겨났다. 이 두 사람은 친첸도르프가 할레 페다고기움에서 선교 보고를 듣고 감명을 받은 바로 그 선교사들이었다. 이런 경건주의 선교운동의 영향을 받은 친첸도르프가 모라비안 형제단과 함께 지상명령의 비전을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위대한 선교의 시대인 19세기를 도래하게 하는 지렛대의 역할을 했다.

선교에 대한 동기가 영글어가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헤른후트 공동체가 해외 선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쩌면 우연처럼 보이는 한 사건 때문이었다. 덴마크 왕의 결혼으로 인해서 왕과 사촌이 된 친첸도르프 백작은 1731년 5월 12일에 코펜하겐에 도착해 크리스천 6세의 왕위 즉위식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그는 친분이 있던 세인트 토마스 섬 왕족의 시종인 흑인 노예 안톤 울리히를 만나 노예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들었다. 또한 친첸도르프와 동행했던 니치만과 도버가 그린란드 개척 선교사 한스 에게데가 보낸 두 명의 에스키모를 만났다. 그들로부터는 정부가 그린란드 선교를 포기하려 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건이 헤른후트 공동체가 구체적인 해외 선교를 시작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2)모라비안 공동체의 개척 선교

모라비안 형제단의 첫 해외 선교는 서인도 제도에서 시작되었다. 옹기장이 레오나르드 도버와 목수 데이비드 니치만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이 갔던 세인트 토마스 섬은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사탕수수와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이 많았는데 두 사람은 그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았다. 물론 농장주들은 노예들이 크리스천이 되면 자기들의 사업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해 지속적으로 선교를 방해하였다. 그런 와중에 선교사들은 노예와 같이 일하고, 밤에는 성경을 가르쳤다. 그들의 희생적인 사랑은 흑인에게 감동을 주어 선교한지 17년 만에 2천 명의 신자를 얻었고, 1879년에는 41개 선교지부에서 78명의 선교사가 36,698명의 신자를 얻었다. 1876년에는 흑인 목사 양성을 위한 신학교를 세우기도 하였다.

이듬해인 1733년에는 헤른후트의 모라비안 공동체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묘지 관리인으로 일하던 크리스천 데이빗과 다른 두 명의 개척 선교사들이 그린란드에 파송되었다. 그들은 에스키모들과 거래를 통해 번 돈으로 생활하면서 첫 신자를 얻었고 그의 가족이 세례를 받았으나 개종으로 인해 그 가족이 살해의 위협을 당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항해 중에 목숨을 잃거나 추위와 굶주림으로 순교했다. 1881년까지 19명의 순교자들이 나왔으나 이들의 희생으로 1,545명의 에스키모들이 구원받았다.

1735년에는 남아메리카 수리남에 첫 모라비안 선교사들이 파송되었고 1754년에 데니와 랄프스라는 두 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이들은 아라와크 인디언들을 향해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큰 도시에서 물품을 보내줄 중개점을 세우는 사역을 감당했다. 선교사들에게 물건을 보내고 남은 시간에 양복점을 열어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던 두 사람은 이후 제과점과 시계제조업도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Christoph Kersten & Co.라는 기업을 세웠다. 1880년대 중반까지도 수리남에서의 선교는 일반 선교 재정의 보조금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이 기업이 번창해 수리남에서 가장 큰 무역 회사가 되었고 그것을 통해 결국 수리남의 경제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855명의 인디언과 59명의 부쉬 니그로, 그리고 731명의 노예들이 세례를 받는 역사가 일어났다. 이런 열매를 통하여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야만인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프리카 선교는 1737년에 죠지 슈미트 선교사가 파송됨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믿음 때문에 보헤미아에서 6년 동안 투옥되었던 경험이 있는 용기와 열정을 가진 평신도였는데 아프리카로 가라는 명령을 받은 지 7일 만에 홀로 케이프타운으로 가기 위해 출발했다. 1742년에 그가 흑인들 몇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려고 하자 보어인들은 노예들의 세례가 곧 노예 해방을 의미할 것이라고 두려워하여 결국 그가 복음 전파 사역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거의 반세기 후인 1792년에 세 명의 모라비안 선교사들이 다시 케이프타운에 왔으며 그들이 죠지 슈미트의 사역했던 장소에 이르렀을 때 그가 세례 주었던 일곱 회심자들 중 한 사람인 여든 살의 시각장애자 막달리나를 만났다. 나중에 그 마을은 1926년까지 3천 개 이상으로 늘어난 크리스천 마을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에도 1740년에 북아메리카 인디언 선교, 1754년에 자메이카 선교, 1756년에 앤티가 선교 등 1732년에 해외 선교가 시작된 후 친첸도르프가 세상을 떠난 1760년까지 모두 226명의 모라비안 선교사들이 10개의 선교지에 파송되었다. 1732년부터 세계 선교를 시작한 모라비안 교회의 업적은 실로 지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1930년까지 200년 동안에 세계 14개국에 3,000명의 선교사들을 파송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19세기 동안에는 15개의 대륙 선교회가 조직되기도 했다.

(3)세계로 확장되는 모라비안 공동체의 선교

세계 각 지역으로 선교사들이 파송되어가는 와중에 친첸도르프는 1734년에 튀빙겐 신학부에서 성직을 허용했고 설교권을 부여받았다. 모라비안 공동체를 책임지고 있지만 결코 새로운 교단을 만들거나 루터파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라비안 난민들을 계속 받아들이기를 중지하라는 요구를 친첸도르프가 거절하고 루터파 성직자들이 헤른후트 공동체에 거부반응을 보이자 작센 정부는 1736년 4월에 그를 그의 영지에서 추방시켰다.

이로 인해 백작을 비롯한 모라비안 형제단의 지도자들은 헤른후트를 나와 마린본(Marienborn)으로 공동체의 거주지를 옮겼다. 이 사건은 친첸도르프에게 있어서 핍박과 곤란의 시기라고 할 수 있으나 선교 역사의 측면에서는 하나님의 섭리가 개입된 것이 틀림없다. 사도행전에서 초대교회 성도들이 사울의 핍박으로 흩어져 세계선교의 사명을 이루듯이 친첸도르프도 이 시기 이후부터 독일뿐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발트해 국가들, 그리고 당시 매우 먼 곳이었던 미국까지 모라비안 교회를 확장하기 위해 친히 나서게 되었다. 따라서 친첸도르프의 영향을 받은 모라비안 형제단원들이 핍박으로 흩어지기 시작한 것은 세계 선교의 확장이 가속화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모라비안 교회가 영국으로 확대된 것은 작센 정부의 헤른후트 추방 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1735년에 톨칙의 인솔로 모라비안 선교사들이 미국 조지아로 가던 도중에 영국 런던에 도착했고 1737년에는 26명의 선교사들이 런던을 통과하게 되었다. 미국으로 가는 그 배에 요한 웨슬레와 찰스 웨슬레 형제도 동승하게 되었고 그 배 속에서 요한 웨슬레는 모라비안 형제단원들의 경건하고 엄숙한 삶에 놀랐다고 자신의 일기에 적고 있다. 이런 영향을 계기로 1737년에 친첸도르프가 미국 선교지 일에 관해 영국의 관리들과 의논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웨슬레 형제를 만나기도 하였다.

또한 뒷날에 친첸도르프의 후계자가 되어 모라비안 교회를 이끄는 쉬팡겐베르크(A. G. Spangenberg)가 1740년에 미국에 파송되어 펜실베니아 주 베들레헴에서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원주민 선교를 수행했다.

친첸도르프 자신이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선교 사역에 가담하기도 했는데 1738년 12월에서 이듬해 6월까지는 서인도 제도를 방문했고 1741년에는 미국을 방문하여 1743년까지 머물면서 펜실베니아의 베들레헴과 독일인 마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인디언 선교와 교회 연합을 위한 일에도 관여했다.

본래 친첸도르프는 제도적 교회를 새로 시작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를 반대하고 심지어 이단시하는 루터파 교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인 듯 이전의 모라비안 형제단(Unitas Fratrum)을 계승하는 “형제연합교회”(The Church of the Unity of the Brethren)를 창설했다(1749년).

이후 친첸도르프의 말년에는 비록 왕성한 선교활동을 계속했으나 그리 즐겁지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 1755년까지 친첸도르프는 주로 영국에 있으면서 반대자들의 비판을 받던 요소들을 그의 가르침이나 공동체 규약 등에서 여러 부분 삭제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 선교를 수행하면서 빚을 얻기도 했는데 이 무렵에 파산의 지경까지 몰려 어려움을 겪었으며 재정 전문가에게 맡겨서 개인 재산과 기관 소유 재산을 분리해 후자의 관리 규정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1752년에는 사역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랐던 아들 크리스티안 레나투스를 잃고 큰 슬픔에 빠지기도 하였다. 1755년부터는 전 세계의 선교지들을 심방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1756년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도 하여 다시 한 번 슬픔에 빠졌다. 1760년 5월 9일 쉴 새 없는 활동을 하던 친첸도르프는 열병에 걸렸는데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헤른후트에서 세상을 떠났다.

4. 친첸도르프의 선교 전략, 공과 과

친첸도르프가 주도한 모라비안 교회의 선교가 개신교 선교 역사에 있어서 독특하고 특징적인 선교의 전략이 틀림없이 있다. 이것을 살펴봄으로 모라비안 교회의 선교적 성과와 영향력에 대해 정리해 보자.

(1)선교전략 1 : 자비량 선교 전략

모라비안 교회의 가장 특징적인 선교 전략은 1세기에 사도 바울이 모범을 보였던(행 18:1-4) 자비량 선교였다. 서인도 제도에서 흑인 노예들을 향한 선교의 기초를 놓은 첫 선교사들, 데이빗 니취만과 레오나르드 도버는 각각 목수와 옹기장이였다. 그들은 선교 초기에 어려움이 많을 때에도 니취만의 목수 일을 통해 수입을 얻었고 생계를 유지했다. 그린란드에서 선교한 크리스천 데이빗은 전직이 목수였고 선교사로 파송될 당시의 직업은 묘지 관리인이었다.

그 외에도 선교사로 파송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기능공이었거나 농장이나 상점 혹은 작은 공장을 경영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모라비안들은 자비량 선교를 아예 규정으로 삼아서 당연시했고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선교비를 벌어 선교사역을 감당했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의 경우, 농토 경작이 불가능하고 선교사들은 고기잡이와 사냥에 서툴렀기에 본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이 있지 않으면 선교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의 예외는 인정되었다.

친첸도르프는 애초부터 확고한 자비량 선교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형제단이 국내 교회에서 헌금을 모금하여 선교사들을 후원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그가 자급 선교를 헌금 모금 방식의 선교보다 선호한 이유는 당시 덴마크-할레 선교회가 준비된 소수의 성직자 선교사들을 제한적으로 파송하는 것과 달리 많은 평신도 선교사들을 여러 곳에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라비안 선교가 개신교 선교 초기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런 확고한 자비량 선교 지향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첸도르프가 자비량 선교를 강조한 것은 이런 장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친첸도르프는 선교사들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함으로서 현지인들에게 노동의 존엄성을 가르치기를 원했던 것이다. 친첸도르프 자신이 일의 필요성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사람은 살기 위해서 일할 뿐만 아니라 일을 위해서도 산다. 만약 사람이 일을 하지 못한다면 병들어 죽고 말 것이다.”라고 설교했으며,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기독교인들은 일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짐이 되기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친첸도르프의 이러한 적극적인 자립선교 방침에 따라 모라비안 형제단원들은 선교를 시작한지 1세기가 넘도록 선교비는 거의 전부 현지 선교사들의 수입으로 충당했으며(1857년의 총회 보고에 따르면 당시 수리남, 남아프리카, 라브라도의 선교는 완전히 현지 조달) 심지어 초기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선교지로 가는 수개월 동안의 만만찮은 뱃삯 대신에 배에서 노동을 하여 벌기도 했다. 심지어 “여행은 지금, 지불은 나중”이 모라비안의 전통이었다.

그런데 모라비안 선교사들의 자비량 선교는 사실상 해외 선교를 나갔을 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들이 국내에서 해오던 사역의 연장일 뿐이었다. 윌리엄 댕커는 이렇게 말한다.

헤른후트에는 계절별로 쉬는 비고용 형제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친첸도르프의 권고를 따라 두 사람씩 짝지어 나가서 복음을 증거했으며, 간 그곳에서 직접 생활비를 벌었다. 헤른후트에는 특히 기능공들이 많이 있었는데 1747년에는 24명의 제화공들이 있었다. 이는 공동체 중 35명 당 한 명 꼴이었다. 이러한 기능공의 과잉 상태는 선교사 선발을 위한 예비 선교사 모임을 만들게 하였고 계속해서 자비량 선교를 확산하는 동기가 되었다.

따라서 18세기에 해외 선교의 주축은 바로 기능공들이었다. 한 예로 수리남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레이니어라는 외과 의사는 수입을 더 많이 올린다는 이유로 제화공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이러한 경제적 측면의 선교 전략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직업을 택할 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는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실제로 형제단은 농업보다는 기술을 선교전략상 더 선호했다. 직업의 귀천을 주장한 것이거나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술을 가진 기능공은 한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보다는 선교사역을 위한 이동이 더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라비안 공동체에는 떠나는 선교사와 후원하는 선교사의 구분이 이원론적이 아닌, 일하는 장소와 내용의 차이일 뿐 동일한 선교사역이라는 인식이 충분했다. 모라비안 공동체의 경제적 활동이 모라비안 선교사역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교회 안의 한 그룹은 교사와 복음 전도자로서 정글 속을 누비고 또 다른 그룹은 정착지에 머물면서 선교지로 떠난 사람들을 위한 지원금을 벌었다.

윌리엄 댕커는 모라비안의 이러한 자비량 선교에 대해서 “모든 크리스천은 선교사이며, 사업가도 설교자, 교사, 의사와 나란히 세계 선교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이 가장 중요한 기여라고 평했다.

(2)선교전략 2 : 평신도 선교 전략

모라비안 교회의 또 다른 중요한 선교 전략은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가 선교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부분 평신도 선교사들이었다. 이것은 당시 덴마크-할레 선교회의 성직자 중심 선교사 정책과도 명백히 대비된다. 사실상 모라비안 교회가 인구 600명밖에 되지 않는 헤른후트에서 본국에 있는 신자와 선교사의 비율이 12:1일 정도로 양적으로 대단히 많은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었던 것은 선교가 성직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원을 체험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당연한 의무라는 분명한 확신을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공동체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뒷날의 평신도 신학에 대한 이해가 이미 그들에게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친첸도르프는 1734년에 루터교 교단에서 루터파 목사로 안수를 받았는데 모라비안 공동체가 루터파에 도전하지 않음을 증명하려는 것이었지 그 자신이 모라비안 교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달리 성직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1741년 친첸도르프는 미국을 방문하기 전날 밤에 “형제 루드비히”로 일하기 위해 그의 감독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자신이 안수받은 성직자였지만 친첸도르프 자신이 평신도와 같은 자세로 선교사역을 감당하겠다는 결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모라비안 공동체가 평신도 중심의 선교를 감당한 것은 자비량 선교를 가장 중요한 선교 원리로 택한 것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19세기에 모라비안의 한 선교회 대표는 모라비안의 사업과 선교 사역을 하나로 본다고 주장했다. 모라비안의 선교 사역의 특성상 선교사들의 사역 목적은 선교지의 사람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거룩하게 살도록 인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선교사”인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이렇게 직업인과 선교사의 사명을 동시에 감당하기 위해서는 성직자보다는 평신도 사역자가 더 적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평신도로서 일하면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라브라도에서 선교하던 선교사들이 선교도 하고 카운터에서 장사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한 중압감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자세한 조사를 한 후에 선교사의 영적인 사역과 무역을 분리할 것을 결정하여 상점관리인을 뽑고 안수 받은 선교사들은 장사하는 일에 더 이상 관계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평신도 선교사들은 신분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도 감내해야 했다. 선교지에서 그들은 제도권 교회의 선교사들로부터 냉대와 멸시, 심지어 박해를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분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받은 사명과 열정으로 속 사도행전의 역사를 이루어내었다.

한편 이렇게 모라비안 공동체가 평신도 선교사들을 많이 보낸 것은 경건주의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특징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건주의는 첫째, 교회의 제도나 복잡한 교리보다는 하나님과의 개인적 관계성을 맺는 체험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둘째, 경건주의는 성경에 근거한 삶을 강조한다. 그래서 성경을 근거로 하면 교단과 교파가 다르더라도 같은 기독교인으로 보려고 한다. 셋째, 경건주의는 루터의 만인 제사장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렇게 성직자가 아니라도 성경 말씀을 선포하고 증거하며 설교도 할 수 있다는 폭넓은 경건주의 신학이 결국 모라비안 교회의 평신도 성도들을 광범위하게 선교 일선으로 보내는 신학적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경건주의 신학을 친첸도르프가 수용했고 모라비안 교회에서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었기에 모라비안 교회의 평신도들은 선교사로 자원하여 사역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같이 평신도 선교사들로 10년 만에 호주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대륙을 개척할 수 있었던 파급력과 영향력은 참으로 놀랍다. 평신도들이 자립 선교를 통해 선교현지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선교지 사람들과 함께 살며 선교를 감당했기에 그렇게 놀라운 선교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3)선교전략 3 : 성육신 선교 전략

친첸도르프의 영향으로 모라비안 교회가 관심을 가진 선교의 전략 중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수난, 죽음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는 ‘성육신 선교’라고 말할 수 있다. 친첸도르프가 『이방인을 위한 선교사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책에서 모라비안 선교사들이 가져야 할 선교의 전략을 밝혔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그리스도의 성육신 정신을 본받아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부정과 희생, 헌신과 겸손을 가져야 하며 그리스도께서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참혹한 수난을 당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그 고난에 참여하는 신비적 체험을 통해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친구 프리드리히 바테빌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이방인들의 개종을 위해 일종의 계약을 체결했다. 즉 그 어떤 사람도 선교하러 가기를 원치 않는 그러한 이방인들의 개종을 위해!” 이렇게 자기를 낮추고 인간 세계까지 내려와 수모를 당하시고 고난과 죽임을 당하신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정신을 가지고 선교에 임했기에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감당하기 힘든 선교도 수행했다. 그들은 원주민들이 거처하는 곳, 찾아가기 어려운 곳, 선교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든 곳, 다른 선교사들이 소홀히 하는 장소에까지 가서 선교하려고 노력했다. 1818년에 한 모라비안 선교사 부부는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의 영과 육신을 보살피려고 외진 계곡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희생하였다. 그 결과 6년 내에 90여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구원받고 세례를 받았다. 그 후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남아프리카와 예루살렘 성벽 밖, 인도 북서부 지방 등에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병원들도 세웠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의 이러한 열정은 선교 현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적대적인 농장주들이 자기 소유의 노예들에게 접근하지 못할 때는 그 농장을 소속 노예들과 함께 매입하여 그들에게 전도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자신을 노예로 팔면서 선교하기도 하였다. 어떤 선교사는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는 노예들에게 전도하려고 하는데 여의치 않자 스스로 자신을 노예로 팔아 그 농장에서 일하면서 선교사역을 감당했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독일 가정의 기본적인 표준인 ‘헤른후트 야드스틱’(Herrnhut yardstick)을 선교지의 사람들에게는 적용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신 그 사람들의 분명한 특성과 강점을 이해하며 선교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파송되었다. 또한 친첸도르프는 1743년 히르쉬베르크에서 열린 총회에서 ‘미개인의 개종방법’에 대해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가 강조한 것은 무엇보다 선교사들의 행실과 기도, 즉 경건한 삶이 사람들에게 복음의 능력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고 강조했다. 사도 바울이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전 11:1) 말하며 눈높이를 맞추며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선교를 했던 것과 같이 모라비안 교회 선교사들은 성육신 선교를 보여주었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이런 성육신의 정신을 가지고 선교지에서 헌신하였기에 최악의 상황에서도 낙심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숱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그리스도를 향한 헌신을 선교 열정으로 승화시킨 선교 전략이 오늘날로 말하면 미전도 종족을 향해 외로운 개척자의 발길을 뗄 수 있었던 것이다.

(4)선교전략 4 : 개척 선교 전략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교회는 선교에 있어서 영혼 구원에 집중하여 그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거부하거나 무관심하기조차 했다. 그들은 십자가의 복음 전파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것은 복음을 듣지 못한 불쌍한 영혼들을 향한 선교 열정으로 인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바로 복음전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첸도르프는 전도설교를 할 때에도 그리스도 선포를 강조했고 도덕 설교를 거부할 정도였다. 이것은 그가 윤리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 안에 성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선교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을 했기에 복음 전파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런 열정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지역에 복음이 전파될 수 있었다.

이런 개척자의 열정 때문에 친첸도르프뿐만 아니라 쉬팡겐베르크도 복음을 전하는 노예들의 글쓰기 교육조차 반대했다. 노예들의 반란을 우려하여 노예의 소유주들이 두려워할 것이고 그렇다면 복음 전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구한말 한국의 선교사들이 상민과 천민들의 한글 깨치기를 도와 한글 성경을 읽도록 도와 신앙성장과 복음 전파에 기여하고 조선의 개화에도 크게 기여한 것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18세기 초에 노예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던 모라비안 교회의 상황은 오히려 노예제도의 부당성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은 사도 바울의 1세기 선교 상황과 더 가까울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복음에 집중한 선교는 개척자적 선교 전략으로 타당했다.

이런 개척자적 열정을 가진 친첸도르프 자신이 선교의 전략가와 지도자로 만족하지 않고 선교의 일선에도 친히 나셨다. 친첸도르프는 첫 번째 선교사를 파송한지 몇 년 뒤인 1738년부터 33년간을 거의 해외에서 보내며 선교사들의 사역을 살폈다. 비록 선교사들의 복지나 현대적 의미의 케어사역을 감당한 것은 아니지만 친첸도르프가 체계화한 선교 방법, 즉 평신도들이 자비량 선교를 감당하면서 개척자 정신을 가지고 열악한 선교지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선교 전략이 이론적인 것만이 아니라 수많은 모라비안 선교사들에게 입증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친첸도르프가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때로 가족을 떠나 10년간이나 해외에 체류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인지 뒷날 아내 에르드무트가 먼저 죽었을 때 친첸도르프는 매우 비통하며 후회했다.

(5)친첸도르프의 선교전략, 그 부정적 측면

①친첸도르프의 신학에 내포된 지나친 신비주의 경향

친첸도르프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집착했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묘사하는 그림을 본 순간에 선교사역을 위해 자신을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기도 하였다. 그의 고난 중심적 신앙은 2천여곡의 찬송가 속에서 그리스도의 ‘피’, ‘상처’, ‘옆구리 상처’, ‘땀’ 등의 단어들이 수시로 발견되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건조한 루터파 정통 신학의 폐해를 생각할 때 이런 경건주의 성향은 장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지나쳐 나중에는 광신적 신비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체적 죽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백작 자신이 “은총의 바다 속을 떠다니는 피 묻은 작은 벌레”, “보혈 속을 헤엄치는 피라미 한 마리”, “그리스도의 상처 속에서 피를 빠는 조그만 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경향은 친첸도르프의 아내 에르드무트 사후에 결혼한 평민 출신인 안나 니치만의 영향도 있었다. 그녀는 매우 헌신적인 모라비안 자매였지만 영적 신비주의에 빠져 있었다. 친첸도르프와 결혼하기 전에 안나가 쓴 글을 보면 “쓸모없는 벌레 같은 나라도 주님의 상처 속에 파묻히기를 원합니다.”라고 되어있다.

이런 집착이 복음적 기독교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보다 심각하게 선교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리스도의 육체적 고난에 참여하려는 신비감에 빠져 점차 선교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지고 선교 현장에서도 신비적 체험을 강조하고 신앙의 실제적 역할을 무시했던 것이 문제이다. 이런 경향으로 인해 모라비안 선교가 침체되어 갔지만 백작 자신이 영적 상태의 어두움을 인정하고 회복하여 다시금 선교 사역에 매진하여 원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

②친첸도르프의 신분(귀족)으로 인한 어려움

친첸도르프는 귀족으로 태어났고 그의 백작이라는 신분이 선교지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도 하였다. 또한 그는 귀족이라는 신분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리를 누리지 않고 포기하면서 선교에 헌신했다. 하지만 친첸도르프는 귀족의 우월감까지 포기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선교사로서 비참한 생활을 감당할 만큼 겸손하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인디언의 침략성을 증오하고 그들을 야만적이고 잔인한 종족으로 여겼으며 그들과의 교제를 거부하고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인디언들을 복음화 하겠다는 결심이 약화되지는 않았다.

또한 그는 농업이나 공장 노동보다는 상업과 무역이 기동력 있는 선교에 부합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무역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가 있었는데 이것은 그의 귀족적 편견 때문이었다. 이런 편견으로 선교지에서 사업 확장을 적기에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울러 친첸도르프는 선교사들의 파송에는 헌신적이었으면서도 그들의 업적을 출판하는 일에는 질색을 할 정도였다. 이것은 예수회 선교사들의 경우나 친첸도르프의 스승인 프랑케의 경우와 비교해도 다른 것이었는데, 오랫동안 모라비안 선교사들의 서신과 일기는 모라비안 공동체 안에서만 사적으로 배포되었다. 이런 다소 고집스러운 정책은 선교후원을 위해 헌금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에 심각한 거부감을 가졌던 것과도 일치한다. 친첸도르프는 공식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과 후원에 대한 호소를 싫어했다. 이런 입장을 취한 주된 이유는 성경적 선교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확신으로 볼 수도 있지만 더불어 그의 귀족의 자존심 또한 한몫했다.

③준비가 부족한 선교와 개종자들에 대한 양육의 미흡

모라비안 교회는 개척선교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십자가 중심의 체험적 회심을 강조하고 선교의 ‘첫 열매’를 거두는 일을 선교의 과제로 생각했던 친첸도르프는 교회의 개척과 설립을 선교의 목표로 세우지는 않았다. 정착을 통한 선교사역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개척선교였고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사도 바울처럼 선교의 거점들을 세워나갔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라비안 선교에 성급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전조사와 대안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준비 부족과 비현실적 의욕으로 실패하기도 했다. 1734년 18명의 형제단원이 세인트 크록스 섬을 향해 떠났으나 6개월의 긴 선교 여행을 마치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건강은 심각한 상태였고 몇 주가 못 되어 세 명이 죽고 나머지 사람들 역시 덥고 습기 찬 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열병으로 죽었다. 그들은 모두 농원 관리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그곳에 갔지만 당시 그곳에는 농원이 없었고 덴마크 정부의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모라비안 공동체에서는 기능공 선교사들의 공식적 훈련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1728년 친첸도르프는 장차 있을 해외선교에 대비해 26명의 독신 형제들을 모아 영적 육적 선교사 훈련을 시킨 적이 있다. 그 때의 교과목은 지리, 교회사, 의학, 언어 등이었다. 하지만 이런 훈련 과정이 뒷날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1세기 후에 사역을 시작한 바젤 선교회는 산업 및 상업 선교사들을 위한 단기 훈련을 비롯한 공식적 훈련을 강조하여 시행했던 것과도 비교해볼 수 있다.

또한 개종한 다음 어떻게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선교 본부에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해 주지는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한네스 베르카일은 친첸도르프가 회심만을 강조하여 초신자들을 방치한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에 따르면 친첸도르프는 회심한 초신자들을 영적인 친교로 양육하려는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새로운 회심자들을 받아들일 핵심적 신자들의 소그룹을 조직했다. 개척선교를 감당하고 자비량 선교를 핵심적 선교 전략으로 삼다보니 헤른후트 공동체와 같은 체계가 잡힌 공동체를 선교지에서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형제단 교회의 선교 목표가 이교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만드는 것에 있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를 세우기만 하면 선교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따르는 제자를 세우는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관찰해본 뒤 참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만 세례를 주었다. 일례로 1736년에 세인트 토마스 섬에는 200명의 신도가 있었지만 그 중 세 사람만이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상의 몇 가지 증거로 볼 때 모라비안의 선교는 개척 선교였고 그래서 시행착오가 더러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경건과 열정, 그 자체가 바로 선교의 영적이고 실제적인 준비였다. 따라서 그들의 선교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 나가며

친첸도르프의 불타오르는 열정과 선교 전략이 18세기 개신교 선교의 여명기를 뜨겁게 달구는 특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글에서 다룬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공동체의 직업선교에 대해 정리해보자.

1) 어린 시절부터 경건주의의 영향을 받아 선교의 열정을 품고 자란 친첸도르프는 박해를 피해 떠돌던 모라비안 교도들을 자신의 영지에 받아들이는 것을 계기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선교의 열정을 불살랐다. 1732년부터 헤른후트 공동체에서 파송하기 시작한 선교사들은 그의 신앙과 신학의 특징인 고난 받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세계 곳곳의 선교지로 나가 말 그대로 개척 선교를 감당했다.

2) 모라비안 선교의 특징은 성경적 직업관이 살아있는 자비량 선교 전략이다. 선교지에서 직업을 가지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선교비를 벌어서 선교한다는 이 전략은 직업이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만으로 이해된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의 창조 명령과 종교개혁자들의 직업 소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직업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하면서 모든 성도들이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3) 자비량 선교에 중점을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신도 선교 전략을 통해 많은 선교사들을 파송할 수 있었다. 600여명에 불과했던 헤른후트 공동체에서는 거의 언제나 수십 명의 선교사들을 파송하고 있었고 성도들 모두는 늘 선교사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직업선교사들이었다.

4) 아울러 모라비안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에 강조점을 둔 성육신 선교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눈높이를 맞추어 죄인들의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다른 선교사들도 가지 않는 오지에까지 가서 딱한 처지에 있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원하였다.

5) 물론 그들은 개척자처럼 선교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선교를 해야 했다. 그래서 복음의 전파에 가장 힘썼고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선교에 열정을 바쳤다. 그렇게 개척 선교를 감당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자칫 치명적인 위협이 될 뻔한 광신적 신비주의 경향도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고 준비와 대안이 부족해 큰 실패를 하기도 했다. 선교사들의 훈련도 부족했고 선교사들의 사역 여건도 너무나 열악했다. 또한 회심한 사람들을 양육하고 지도자로 세워 그들을 전도자로 삼는 일에도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6) 하지만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공동체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시대 대부분의 개신교회가 선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 순수한 열정과 헌신으로 선교의 기초를 놓았다. 윌리엄 캐리도 모라비안 선교사들의 가르침에 영향 받았고 19세기에도 로버트 모리슨, 요한네스 엠데, 윌리엄 러라추어 선장 등의 자비량사역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스위스 바젤 선교회 등을 위시한 여러 자비량 선교사들이 일하면서 선교하도록 도왔다. 이런 자비량선교의 면면한 흐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UBF의 사역자들이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들이라는 점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7) 또한 비셜 후프트가 평하는 대로 친첸도르프는 “오늘날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두 주제 곧 선교 사역과 교회 일치 사역을 결합시킨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다. 교파에 연연하지 않고 성령 안에서 하나 된 교회를 지향하면서 평생을 선교 활동으로 일관한 친첸도르프의 영향력은 진정한 교회의 연합을 이루어야 할 우리 시대에도 지속되어야 한다.

8) 오늘 우리 시대는 목사 선교사들이 정상적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지역이 많아져서 21세기 선교는 더 이상 목회자나 전임사역자에 국한될 수 없는 것이 분명해졌다. 복음의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오늘 친첸도르프의 선교 전략이 유용하다. 목회자들보다 평신도들이 앞장서서 직업의 전문성과 선교사의 영성을 겸비하여 자비량 사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회와 목회자들이 도와야 한다.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들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으로 건설되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벅찬 꿈을 가지고 선교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개척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정신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곳으로 기꺼이 나가는 선교사가 많아져야 한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통해 복음 전파에 한몫을 감당하려는 크리스천이 요구된다.

9) 자비량 선교사, 혹은 직업 선교사, 전문인 선교사는 우리 시대 모든 사람들의 필수 과정이다. 글로벌 시대요, 지방에 거점 도시들이 늘어나고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오늘은 이곳에 머물러 있지만 내일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오늘 우리의 일터에서 직업 선교사로 무장하며 직장 동료들에게 복음 전하다가 알지 못하는 그곳으로 발령 받으면 교회의 파송을 받아 나가 전문인 선교를 감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직업 선교가 확대되고 보편화되어야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온 세상 사람들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날이 속히 오게 될 것이다(합 2:14). (by 원용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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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06년 11월 <월간 직장사역> 게제 논문

https://blog.naver.com/mcc4u/223321673395